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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되살아난 호쿠사이의 색

에도의 호쿠사이가 내고자 했던 색은 오늘날에는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 국제호쿠사이학회가 색을 감수하고,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목판 기술로 다시 찍어 족자로 꾸민 대표작 세 점. 그 색과 장인의 손길을 도판과 함께 소개합니다.

감수: 엔도 요시히사(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 대표이사)

현대에 되살아난 호쿠사이의 색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복각 목판화, 족자 표구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복각 목판화, 족자 표구. 쪽빛 중회(中廻し)에 물결무늬 일문자(一文字)를 맞추었다.

에도의 호쿠사이가 그린 색이 현대에 되살아나다

우키요에 판화는 육필화와 달리, 화가의 밑그림이 판각 장인과 인쇄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인쇄물입니다. 한 벌의 판목으로 초쇄 때 200장가량을 찍었다고 합니다. 한 장 한 장 색이 미묘하게 다르고, 긴 세월 동안 햇빛에 색은 바래 갑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그려진 당시의 색을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

호쿠사이가 진정으로 내고자 했던 색을 후세를 위해 확실한 형태로 남기는 것. 이를 사명으로 내건 곳이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의 국제호쿠사이학회입니다. 이번에 이 학회가 《후가쿠 36경(冨嶽三十六景)》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세 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개풍쾌청(凱風快晴)》《산하백우(山下白雨)》의 색채 감수를 맡았습니다.

학회는 호쿠사이가 그린 정확한 ‘색’을 밝혀내고,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기술로 다시 찍었으며, 나아가 옛 족자의 수리와 재표구를 맡아 온 노포만이 쓰는 표구용 천과 와시(和紙)를 엄선하여, 작품에 걸맞은 족자로 되살려 냈습니다. 각 작품에는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의 감정 증명서가 함께 제공됩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본지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본지
가쓰시카 호쿠사이 《개풍쾌청》 본지
《개풍쾌청》 본지
가쓰시카 호쿠사이 《산하백우》 본지
《산하백우》 본지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다음으로 유명한 그림이라 불리기도 하는 한 점입니다. 드뷔시는 교향적 스케치 〈바다〉 초판 악보의 표지에 이 파도를 썼습니다. 부서지는 물마루의, 손가락 같은 물보라. 그 물결의 골짜기에 작게 자리 잡은 후지산. 판화만이 낼 수 있는 쪽빛의 계조(階調)가 이 그림의 생명선입니다.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물마루 부분
물마루. 물보라 한 알 한 알마다 쪽빛의 농담을 달리하여 찍어 냈다.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의 표구, 일문자와 중회
일문자와 중회. 옛 족자의 수리와 재표구를 맡아 온 노포의 천을 썼다.

개풍쾌청 — 정면에서 마주 세운 후지산

후지산을 그린 그림은 수없이 많지만, 이토록 정면에서 당당하게 앉힌 구도는 달리 없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기 직전의 후지산이라고 전해지며, 산비탈의 붉은색, 하늘의 쪽빛, 눈의 흰 줄기, 산자락 수림의 점묘 — 그 몇 가지 요소만으로 산의 거대함을 남김없이 보여 줍니다.

《개풍쾌청》 산꼭대기의 눈 줄기 부분
산꼭대기. 잔설의 줄기는 종이 바탕의 흰색을 그대로 살렸고, 붉은색은 겹쳐 찍어서 냈다.
《개풍쾌청》 산자락 수림 부분
산자락의 수림. 점 하나하나가 판각의 솜씨다.

산하백우 — 맑은 하늘에 내리는 비

‘백우(白雨)’란 맑은데도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산꼭대기 부근은 쾌청하고 중턱에는 번개가 내달려, 위의 밝음과 아래의 검정이 이루는 대비를 한 장에 그려 냈습니다. 호쿠사이는 대체 어디에서 이 후지산을 보았을까요.

《산하백우》 눈 덮인 산꼭대기 부분
눈 덮인 산꼭대기. 위는 쾌청하다.
《산하백우》 번개 부분
중턱의 번개. 검은 면은 겹쳐 찍는 깊이로 낸다.

호쿠사이라는 사람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는 에도 시대 후기의 화가입니다. 1998년 미국 잡지 『라이프』가 선정한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남긴 100인’에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생애에 남긴 작품은 3만 점에 이른다고도 합니다. 화가이자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이기도 했던 호쿠사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후가쿠 36경》은 70대에 간행된 오반 니시키에입니다.

《후가쿠 36경》은 처음에 36점으로 간행되었으나 평판이 높아 10점이 추가되어, 46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이 되었습니다.

에도 목판화의 기술 — 다카하시 공방

에도 목판화의 기술은 에도 초기부터 400여 년 동안 장인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도쿄를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왔습니다. 인쇄를 맡은 다카하시 공방은 에도 말기에 창업한 이래 170여 년을 이어 온 공방입니다. 에도 목판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색 인쇄만이 낼 수 있는 선명한 발색에 있습니다. 많게는 20회에서 30회에 이르는 인쇄를 정확하게 겹쳐, 독특한 색조를 만들어 냅니다.

종이는 최고급 에치젠 기즈키 호쇼(越前生漉奉書). 포근하고 도톰한 와시의 감촉과 종이에 스며든 물감의 질감에는 부드러운 따스함이 있습니다. 종이를 뒤집으면 앞면의 그림이 뒷면까지 배어 나와 있어, 인쇄 장인이 바렌을 움직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찍은 판화만의 즐거움입니다.

《개풍쾌청》 표구의 일문자 천
《개풍쾌청》 표구의 일문자. 작품마다 천을 골라 달리했다.

인쇄는 도쿄 분쿄구 스이도에 공방을 둔 주식회사 다카하시 공방이 맡았습니다. 다카하시 가문은 대대로 인쇄 장인을 이어 온 집안으로, 4대부터는 판원도 겸했으며, 현재는 6대인 다카하시 유키코 씨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호쿠사이와 히로시게를 비롯한 우키요에의 복각을 산벚나무 판목과 에치젠 기즈키 호쇼 종이로 제작하는 한편, 판각 장인과 인쇄 장인의 시연과 학교에서 여는 워크숍을 통해 에도 목판화의 기술을 전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다카하시 공방 웹사이트
가쓰시카 호쿠사이 《개풍쾌청》 복각 목판화, 족자 표구
《개풍쾌청》 족자 표구.
가쓰시카 호쿠사이 《산하백우》 복각 목판화, 족자 표구
《산하백우》 족자 표구.

감수자

엔도 요시히사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 대표이사

1940년 도쿄 니시아자부에서 태어났다. 주오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원 생활을 거쳐 영상 제작 회사를 설립했다. 루브르, 프라도, 에르미타주 등 해외 미술관과 직접 교섭하여 소장 작품을 하이비전(고화질)으로 촬영하고, 영상 시리즈 〈세계의 미술관〉(1991년) 등을 세상에 내놓았다. 미술사가 마에카와 세이로를 중심으로 한 20명의 교수진과 함께 미술관 대전집을 간행했다.

텔레비전 미술 프로그램의 제작·감수는 1,000편이 넘는다(BS아사히 〈세계의 명화〉, BS닛테레 〈화가×화가〉 등). 저서로 『페르메이르로부터의 편지』 『로트레크와 무하』(랜덤하우스 고단샤), 『호쿠사이 망가』를 다룬 저서(가와데쇼보신샤) 등이 있다.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2010년 설립) 대표이사, 국제호쿠사이학회(2019년 설립) 이사. 영상 작가로서의 아호는 ‘후지 히사시’다.

크레딧

기획·제작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술아카데미 국제호쿠사이학회
감수
엔도 요시히사(일본미술아카데미 대표이사)
야스이 히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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